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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준만, 좌우 통합을 외치다
    정경사 2006. 11. 11. 09:35
    지난 4일 강준만 교수가 강남교보에서 '좌우 통합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집고 넘어가야 할 10가지 급소'를 제시하였다. 먼저 전제할 것은 나 자신이 강준만 교수에 대해 정확한 성향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실은 그가 안티조선의 선봉장에 섰던 사람이고 한국에서 드물게 실명 비판을 도입하였고, 대선에 있어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당선을 시사했던 사람이며 이는 곧 진보적 입장에서 시대의 흐름과 현상에 대해 그의 다작만큼이나 열렬한 공부와 감각적인 통찰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이다.

    흔히 영웅이 시대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고, 그 반대로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조선시대 임진란 때 10만 양병성을 주장했던 율곡의 시대적 흐름을 간파했던 예언에 비해 강준만은 오히려 이 난세에 전라도 수군에서 '이순신'이 나타나 전쟁에서 극적인 승리를 할 것이다 라고 예언하는 그런 사람에 속한다. 이 얼마나 오묘하고 통쾌한 능력이란 말인가.

    결국 주장하고 싶은 것은 강준만은 사람에 주목하는 그런 시대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인물과 사상>이라는 잡지의 제목도 그러하거니와 사람이 이름이 제목으로 나오는 그의 저작에서도 이를 엿볼 수가 있다.게다가 이번 강연에 가장 첫째로 전제했던 것이 자신이 나이들어갈 수록 소심해 진다는 것과 보수화되었다는 말한 점으로 미뤄 이번 주장이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고 역사적이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사고 즉 인물에 치중한 사고관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 제시한 10가지 급소로 미루어서 그가 주장하는 핵심은 박정희를 열렬히 지지하는 '우'와 박정희를 혐오하는 '좌' 사이에 대화와 통합이 가능한 때가 되었으며, 이러한 통합이 없을 경우에 우리나라는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물 중심'에 이어  이러한 그의 사변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법칙은 바로 '명암'이다. 모든 현상과 과오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혼재되어 있다는 사회과학의 순기능-역기능 이론이다. 이것에 따라서 그는 군사독재도 경제 기여나, 사회 통합에 순기능적인 요소가 있다는 주장을 하며 박정희에 대한 평가도 1기와 2기로 나눌 수 있는 명암이 있으며 이를 두가지 다 이야기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얘기는 결국 진보측에 대한 양보를 촉구하는 충고일 뿐이다. 반미주의자인 진보인사도 자신의 자녀를 미국에 보내놓고 기러기 아빠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괘변까지 하면서 말이다. 덧붙여 강준만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사회는 기회주의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지도자 추종 또한 한국인의 유전자라고 까지 말한다. 또한 출세주의는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욕망이며, 경제는 독재든 전쟁이던 그런 악행을 통해 자주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두는 사실 진보에 대한 충고들이다. 앞서 말한 기러기 아빠의 이중성처럼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도 문제점이 많다. 예를들면 소위 운동권 단체에서도 만나자마자 어느 학교 출신이나 학번을 묻기부터 하기도 하고,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하면서도 성폭행 사건을 쉬쉬하기도 하고,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투쟁 지상주의로 흘렀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진보에 대한 비판들은 타당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잘못에 우익은 말할 것도 없고, 진보측도 자유로울 수 없으니 통합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한국인 엘리트들은 모두 대동소이하니 그의 사상과 지향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노무현 대통령의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의 당혹스러움처럼 씁슬하기도하고 혼란스럽다.

    아마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위기상황에서 구명보트에 태우는 사람들에게 좌우를 묻지 않는다. 인간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기에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 나라가 또 역사가 지금 아니면 내년에 그렇게나 위기상황이란 말인가 우선 의문이 들고, 이는 마치 이런 위기상황에선 군사 쿠데타던, 계엄령이던 다 가능하다는 말처럼 생각된다. 왜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으니까? 게다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으니까 라는 논리처럼 들린다. 재벌이 이권을 위해 정치권에 돈을 뿌리고, 탈세를 하며 재산을 상속해도 '너라면 안그러겠냐?' 라고 해버리면 이것은 일종의 폭력이고 체념이다.

    좌던 우던 다 때묻었으니깐, 즉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 없으니까 이제 그만 통합을 하라 그말인가? 아무리 학연으로 대변되는 엘리트의 폐해는 같다고 하더라도 이런 무시무시한 논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죄를 미워하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때로는 신문지상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범죄자도 알고보면 사람 자체야 태어날 때부터 흉악하게 태어났으랴, 박정희를 위시한 친일파와 군부 독재 세력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명암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처벌 받을 것은 받고, 인정 받을 것은 인정받는 것이 진정한 통합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우리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중요하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의 잘못과 그에 대항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강준만이 연구한 우리의 급소 10가지는 그 진위여부와 타당성과는 별개로 역사를 바라보는 긴 안목을 간과하여 성급한 결과를 도출해 버린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잘못한 것을 모든 사람이 물어야 하고 한시대의 실패를 다음 시대가 회복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역사다.  -함석헌-

    "좌우가 아닌 엘리트와 투쟁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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