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1992)
    영화이야기 2006. 11. 8. 23:30

    그동안 좋다는 소문만 많이 듣다가 보게 된 - <빌리 엘리어트>만큼이나 보고 싶었던 - 영화다. 사실은 알파치노 외에는 구면(?)인 사람들이 없어서 그리고 제목이 <여인의 향기>여서 조금은 망설였던 영화였다. 이럴 때 어느 휴일에 채널을 돌리다가 EBS에서 우연히 방영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공중파 밖에 나오지 않는 우리집에선 그야말로 행운! 이라는 느낌과 함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퇴역 장교인 알파치노는 말이 많고 고집이 쌘데다 호방한 성격의 괴짜 노인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과거의 영화에 비해 현실의 장애 때문에 삶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명문 고등학교를 다니고있는 가난한 고학생이 주말에 시각장애인 노인을 돌봐주는 아르바이를 위해 알파치노를 만나면서 이 영화는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요즘들어 유행인양 강조되고 있는 '멘토(Mentor)' 라고나 할까? 노인은 소년에게 충동적이으로 보이는 즐기는 삶을 안내함으로써 마치 웬디를 설레게하는 피터팬마냥 젊은이의 혼을 쏙 빼놓는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면서 삶을 관조하는 철학적 면모와 가식없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을 통해 아버지같은 따스함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눈이 안보이지만 여인의 향수 냄새를 바로 알아차리는 조금 특별한 능력 있는 노인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젊은 여성과의 그 유명한 탱고를 추는 신에서 이러한 모든 것이 선율에 몸을 맡기는 모습에서 기쁨과 회한이 뒤섞인 내면 세계를 함축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삶을 포기하려는 노인에게 그가 얼마나 따뜻하고 매력있고 좋은 사람인지를 느낀대로 말해주는 젊은이를 통해 우리는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어떠한 사심도 없는 그저 진실하고, 진지한 한 영혼이 다른 영혼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대화였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학내 사건에 억울하게 얽혀 퇴학의 위기에 몰린 채 학교 강당에서 열린 학생총회에서 이 순진한 젊은이를 변호하기 위해 돌아온 노인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던 마음을 완전히 씻어버린 듯 특유의 단호함과 고집스러움으로 좌중을 그리고 소년과 우리를 감동시키는 멋진 연설을 하고 소년을 위기에서 구한 뒤 다시 자신의 가족과 삶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