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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에 겐자부로, 인터넷에서 헌책사기
    각종감상문 2006. 10. 31. 18:14
    어제 EBS 지식채널e에서 '오에 겐자부로'라는 일본인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 문학계에서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상과 또 아시아에서 3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다. 그의 문학적 바탕이 된 건 뇌가 비정상이었던 아들 히카리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이었으며, 이를 통해 그는 반전과 반핵 그리고 인권 수호를 위한 인류애를 몸소 실천하는 양심있는 문학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지난 유신시절 사형선고를 받은 김지하 시인의 구명을 위해 단식을 했었고,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으며, 일본정부가 주는 문화훈장을 거부한 등의 일화에서 소위 실천하는 양심인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책을 사고 싶어서 네이버의 사이트를 들어갔다. 이곳은 특히 여러 인터넷서점을 대상으로 가격비교를 할 수 있어서 자주 찾는 편이다. 겐자부로의 책을 검색해봤더니 최신작 몇편을 빼놓고서는 모두 품절이었다. 가장 읽고 싶었던 <망연원년의 풋볼>이나 <개인적 체험> 그리고 <사육>과 같은 작품은 94년 출판 이후 거의 절판이고 품절이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헌책방이다. 우선 대형사이트에서는 리브로에 있는 usedbook이나 인터파크에 있는 아울렛 등에서도 헌책을 살 수가 있다. 이곳에선 찾는 책이 없어서, 이번엔 구글에서 헌책, 중고책, 중고서적 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을 해보니  헌책방 사이트들을 통합검색해주는 고고붓넷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여기서 검색해보니 <개인적 체험>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헌책방은 수험서를 제외하고는 거기에 있을 법한(?) 책들이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수많은 헌책방에서 겨우 한권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헌책방 특유의 책 냄새와 구석 진 책장에서 보물을 찾는 듯한 기분은 느낄 수 없었지만,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겐 그래도 인터넷의 편리함을 또 느낄만 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도 야후의 투박한 메인페이지도 지금보면 추억이 되는 것처럼 대부분의 헌책방 사이트들의 디자인이나 검색 기능 들은 거의 인터넷 초창기 때와 비슷한 느낌을 자아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었던 건 결제를 할 때였다. 당연히 메인화면에 크게 붙어있는 은행 입금계좌번호가 붙어있었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되길래 신용카드 결제를 해보았다. 결제 정보를 넣으려는 단계에서 XP SP2의 팝업차단 경고가 뜨길래 차단을 해제해버렸더니 이제껏 주문 단계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다시 장바구니에 책을 넣었더니 품절되버렸다는 메세지가 떴다. 그 품절시킨 사람이 바로 나인데! 쿠키를 지우고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했더니 또 같은 현상이..이번에는 용케 결제창이 떠서 카드 결제를 했는데, 사이트 상에선 아무 메세지도 없다. 당황스러웠지만 예전의 기억을 살려 사이트 메인의 은행계좌 안내 이미지 옆에 커다랗게 나란히 쓰여있는 안내전화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받으시는 분의 첫마디는 "여보세요"이다. 물론 "어디어디 서점입니다"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좀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저 방금 책 주문했는데요" 내 말이 끝나자 마자 하는 말 "이름이 뭐에요?" 이름을 얘기했더니 주문, 결제 다 잘됐다며 바로 포장해서 보내준다고 한다.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이런 유무선이 총출동하는 전자상거래(!)는 인터넷상거래 초장기의 의심과 초조함이 아닌 약간의 불편함마저 정겨웠던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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