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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드 캔디 (Hard Candy, 2005)
    영화이야기 2006. 10. 17. 14:44

    '하드캔디'란 미국에서 인터넷채팅을 이용하는 12-14세의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영화는 주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 10대 소녀에게 성폭력을 행했던 소아이상성욕자를 응징하는 한 소녀의 잔인하고 치밀한 복수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또한 단 두명의 출연자만으로 독창적인 스릴러 형식을 통해 대단히 집중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작가와 감독의 연출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두가지 점에서 매우 독특한데 첫째는 복수의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한다는 것과 두번째는 고도의 심리적 고문이 자행되는 복수의 치밀함과 잔혹함에 있다.

    소위 하드 캔디와 한 30대 남자의 성적 암시를 풍기는 은밀한 채팅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똑똑해 보이지만 제 나이 또래의 수줍음과 불안감이 보이는 앳띤 소녀와 잰틀해보이는 30대 남자는 커피숍에서 만나 둘은 곧 남자의 집으로 가게 된다.

    남자가 알코올 칵테일을 만들어주자 소녀는 단호히 "자신이 직접 만들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는다"라며 야무지게 거절하며 자신이 만든 술을 섞은 주스를 나눠 마시게 되는데.. 술이 취한 소녀는 충동적인 몸짓을 하며 사진작가인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데... 남자는 곧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난 남자는 의자에 단단히 포박이 되어 있게 되고, 이때부터 소녀는 대화 하나부터 표정 하나까지 남자를 인신공격하게 된다. 끊임없는 협박과 추궁을 통해 소녀는 이 남성의 소아이상성욕에 대한 증거와 얼마전 강간당한후 살해된 10소녀와의 관계에 대한 자백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어른스런 위선으로 소녀를 회유도 해보고, 협박도 해보지만 전혀 통하지 않게 된다. 되려 연약해 보이는 이 남성은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시달리게 된다. 결국 소녀는 성추행의 증거를 찾게 되고 본격적으로 복수를 하게 되는데 그 방식은 칼을 들이댄 거세이다.

    고환을 도려낸 후 믹서에 갈아버리는 잔인한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남성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남자의 옛 여자친구에게 추악한 성추행 사실을 알려버리고 찾아낸 증거를 퍼트리겠다는 압박을 하게된다. 결국 소녀는 남자가 자살을 할 경우에는 모든 치부를 덮어주겠다는 회유를 통해 남자를 자살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목을 매고 떨어진 남자에게 소녀는 다음과 같이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증거를 없애고 너의 명예를 지켜주는 일은) 안해!!"



    이 얼마나 끝까지 철저하고 악랄한 잔혹함이 어디 있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남자 주인공이 성폭행범이란 확신이 없을 때도 물론이고, 증거가 나온 후에도 대부분 관객은 이 남성을 심정적으로 동정하게 된다.

    이것은 영화가 고의적으로 이 남성이 10대소녀에게 저질렀던 악행을 보여주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며, 이것의 의도한 바는 아마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뒷바뀐 상황에서 폭력의 역할이 바뀌는 과정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이 된다. 이를 통해서 감독은 아직 가치관이 성립되지도 않고 육체적으로도 미성숙한 10대 소녀가 당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그대로 성인 남자인 가해자에게 똑같이 가하고 또 자살에까지 이르게 함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추악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는지를 법보다 확실하게 인식시켜주는 효과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는 법앞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결국 다른 방편을 구하게 되는 것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들을 알고 있다. 우리의 공분을 자아내는 뉴스 속의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의 그 심정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사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 남자가 가혹하리만큼 충분히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영혼이 감내하기 힘들었던 아픔을 그가 똑같이 경험했을거라고 단정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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