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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2006)
    영화이야기 2006. 10. 11. 01:01
    영화를 보기전에 하도 이 영화에 대한 반감과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마도 실제 영화를 보면 그 자체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심리가 있었다. 기대가 크지 않으니 실망도 크지 않았다라는 역격연인 셈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 영화를 가볍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주로 상업영화를 만드는 강우석 감독은 <한반도>와 월드컵열기에 편승한 민족주의를 상업화하겠다는 의지를 솔직하게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딱 그 지점에서 공과가 결정되지 않나 싶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전국민의 붉은악마화와 다르게 2006년 월드컵은 오히려 기업과 미디어가 먼저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 열기가 퇴색된 느낌을 지울 수 없듯이 너무나 노골적인 민족주의를 상업화한 영화에 거부감과 우려를 느끼게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우리가 축구나 권투 등의 스포츠 종목에서 일본에겐 꼭 이겨야한다는 민족감정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승리와 패배에 따라서 우리나가가 일본보다 잘나고 못하다고 생각할 만큼 비이성적이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영화라는 장르에서 그것도 만화적이고 현실과 괴리가 있는 내용은 당연히 스포츠만큼도 못한 일체감을 주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마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문화강좌에서 조재현이 욕하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선뜻 공감하기는 커녕 약간은 불쾌감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되는 진짜 옥새에 대한 아이디어는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민족주의를 마케팅의 타켓으로 삼은 영화답게 영화의 주 갈등 구조는 한국과 일본이다. 물론 이 구조에서 약하긴 해도 미국의 역할을 제대로 조명하긴 했지만, 북한과의 관계는 거의 부재하다. 영화는 다분히 보수우익적인 관점이다. 어찌보면 한일문제가 불거질 때 등장하는 우익시위의 과격함과도 닮아 있다. 게다가 고종과 현대통령과의 오버랩에서는 상당히 헷갈리게 만들지만 반미, 반일, 왕과 대통령을 포함한 엘리트주의, 맹목적 민족주의, 이 모두를 결국 상업주의로 귀결된다 할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 본질에선 벗어나 있다는 점이 유감이다.

    그래도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조약하고 거칠긴 하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점을 몇가지 정확하게 영상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현실-실용주의자를 대표하는 인물인 총리와 친일파 원로와의 저녁식사같은 장면이다. 독립투사 고문하던 일본앞잡이가 해방후 소위 반공이라는 미명하에 또 독립투사 출신들을 고문하는 그러한 끔찍했던 현실이 계속됨을 명확하게 표현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잘못에 대한 반성과 척결은 영화 속 사학자나 대통령같은 귀인(?)이 홀연히 나타나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문화센터에서 아줌마들에게 욕이나 하면서 호통친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마치 당신이 신용불량자가 되고 서울역 노숙자가 된 것은 모두 니가 게을러서 못났기 때문에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라고말하는 정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개 조직과 공동체는 어느정도 공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저 지가 잘살기 위해서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핍박하던 세력이 아직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현실과 사회구조에서 올바른 공동체 의식이나 역사관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지나친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한국 근현대사와 국제관계의 인식과 더불어 반드시 과거 청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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