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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공지영
    독후감 2006. 10. 10. 01:07
    공지영의 소설은 항상 단숨에 읽어진다.  지난 98년에 나온 <봉순이 언니>이후 장편소설이라서 8년만에 읽어보는 그의 소설이지만 첫페이지를 열기전부터 불현듯 기억이 난 것은 이번에도 뻥 뚫린 고속도로처럼 단숨에 읽어지리란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란 작품부터 공지영이란 작가를 알았다. 아마  그 이후에 내 책장에 꽂혀있는 그의 책들은 모두 초판인 것을 보면 그간 그만큼 공지영작 소설을 좋아했고 기다렸던 것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

    흔히 공지영 하면 떠오르는 것은 페미니즘과 80년대 운동권의 후일담 소설이란 것이 대표적이지만 그의 초기작만 해도 안재성의 <사랑의 조건>이나 이광재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만큼의 현장감이나 강렬함이 덜하고, 강석경의 <숲속의 방>처럼 산들거리는 무게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지영의 소설이 가지는 매력과 인기는 도회적 감수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찌됐던 공지영 소설의 페르소나는 386과 중산층에 맞닿아 있으며, 여성 특유의 예민함이 살아 있다. 따라서 공지영은 스토리보다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한 불우한 성장을 한 한 사형수와 자살을 기도할만큼 자신의 삶에 비관적인 여주인공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벌써부터 느꼈겠지만 이 만남과 두 사람의 사랑을 통해 사형수에겐 안식을 여주인공에겐 치유를 준다는 상투적 내용일 수 있다. 어떤 반전도 철학도 크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감동과 사유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사형수와 여주인공 둘 사이보다는 여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그의 고모와의 관계였다. 생물학적 관계의 실제 모녀사이보다도 사회적 관계에서의 모니카 수녀라는 새로운 모녀의 설정은 냉혹하지만 현실적이다. 그것이 80년대 식 구조적인 관계에 무게를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족의 해체는 현실이며 자아의 형성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만 같다. 요즘 말하는 멘토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설 속에서 모든 관계 사이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얼마나 순수하고 열려있느냐가 중요하며 따라서 슬프지만 사형수와 여주인공의 사랑으로 인한 평안은 사형수에겐 죽음을 주인공에겐 고통과 삶의 개척이라는 고독이 주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어떤 조건도, 현실에도 해방된 공간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으며 그 시간이 지난 후 우리의 삶은 여전히 혼자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6점
    공지영 지음/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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