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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의 대목 추석…8-90년대 단상들.
    각종감상문 2006. 10. 3. 00:06

    처음 인터넷을 통해 검색도 하고, 신문도 보고 하던 때 가장 요긴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던 콘텐츠는 뭐니뭐니해도 영화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집에서 구독하던 신문을 볼 때 영화평론가의 평을 읽거나 특히 요즘같은 한가위 때는 신문 한면을 가득 메운 영화광고를 보고 가슴 뛰던 기억이 있다.

    특히 그때는 서울에 개봉관의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고 같은 영화를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에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문에 난 영화광고를 따라 극장을 정하고 시간을 정하는 일이 한정되었지만 그래도 소풍을 가듯이 설레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영화를 정하기 전에 <스크린>이나 <로드쇼>같은 잡지를 통해서 미리미리 개봉전 영화를 점찍어놓고 기다리던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이나 유럽과 달리 거의 미국과 동시에 개봉했던 우리나라 실정을 좋아라 했지만, 마치 메이저리그 중계권 과다경쟁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처럼 조금은 어리석은 일이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80년대 말 명보극장 모습

    아뭏든 그때는 예매라는 개념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조조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극장에 가서 한두시간씩 줄을 서고 영화표를 예매하고 밥을 먹거나 소일을 하다가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던 기억도 난다. 특히 당시 서울극장 맞은 편에 있던 중국집이나, 명보극장 가기 전에 있던 우동집이 주로 단골이었던 것 같다. 또 배급사에서도 이점에 착안해 선착순 100명에게 영화 포스터가 새겨진 티셔츠를 준다거나 팜플렛을 준다거나 하는 일이 많았다. 예전에 대한극장 안에 자랑스레 걸려진 사진에는 백투더 퓨처 개봉 때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지금은 주로 연극을 보러가거나 했을 때 사는 팜플렛이지만,  당시엔 팜플렛 모으기가 유행이었다. 1000원에서 2000원정도 하던 팜플렛은 사실 별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지만 꼭 영화를 보고나서 밥을 집에와서 먹을지언정 팜플렛을 사서 구겨지지 않게 손안에 조심스레 말아지고서 집에 오곤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서울에 있는 극장은 유명한 곳은 주로 종로에 있었는데, 화면이 크기로 유명한 70mm 상영관이었던 대한극장, 스카라 극장이 있었다. 이때 기억으로 요즘 극장의 쾌적한 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은 아직도 70mm 스크린을 추억하게 만든다. 그리고 THX사운드를 차용해 사운드가 좋기로 유명한 극장은 명보극장이었고,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등이 소위 메이저급 상영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나 역시 대부분 영화를 위 극장에서 보았지만, 그외 자주 갔던 극장은 낙원상가 옥상에 있던 허리우드 극장이나 지금은 없어진 국도극장 등이다. 그리고 주로 예술영화 등의 작품성 있는 영화를 상영했던 호암아트홀, 오래된 고전을 주로 상영해주던 푸른극장 등이 떠오른다. 그때 종로에 아성에 도전해 강남에 극장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주로 갔던 초창기 극장은 당시 영화계의 실력자였던 정진우 감독이 만들었던 시네하우스와 하명중 감독의 소유였던 브로드웨이 극장들을 갔던 기억이 난다. 특히 씨네하우스는 신사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영화를 보곤 했던 추억도 떠오른다.

    철거하고 있는 스카라 극장

    요새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깨끗하고 가까운 환경이 좋긴 하지만 영화를 고르듯이 극장을 고르고 또 이 영화는 이 극장이 어울리는데, 왜 이 화면 작은 극장에서 할까 했던 영화와 극장의 특성을 궁합맞추듯이 했던 그런 아득한 기억은 별로 느낄 수가 없다. 그 비슷한 기분을 자아내게 하는 극장은 광화문의 시네큐브 정도랄까? 또 영화와 극장을 매치시키는 정도는 겨우 스타워즈 속편을 볼 때 디지털 상영관을 찾아가서 본 정도의 기억 밖에는 없다.

    요즘에 와서는 추석이 꼭 영화의 대목이라는 의미는 무색할 만큼 영화보기는 우리 여가선용에 아주 가까운 것이지만 그래도 아직도 추석연휴 개봉을 위해 정성스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사살이고 또 이럴 때 영화 한편 보러 극장을 가는 것은 즐거운 관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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