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깊이 있는 심리학은 모르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교양서적 정도로 출판한 심리학 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최근에 다시 몇권의 책을 읽었다. 이번에 읽은 <설득의 심리학>은 다른 책들에 비해 다분히 실용적이다. 그래서 처세서 범주에 해당할 수 있으며, 심리를 이용한 판매기법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최초에 관심이 있었던 분야가 에리히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 등의 사회심리학쪽이었다면, 최근에 읽은 책들은 상대적으로 미시적이고 개관적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거짓말의 심리학>등이 그러한데, 특히 나같은 일반인을 상대로한 심리학 교양서로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만한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이란 부제하에 여섯가지의 인간심리 분석과 정보화 시대에 따른 심리기법을 에필로그로 하여 끝을 맺고 있다. 이 여섯가지 법칙는 다음과 같다.

첫째가 사람은 선물을 받으면 갚으려하는 심리가 있다는 상호성의 법칙과 두번째는 약속을 지키려는 심리로써 자신이 한 선택이 최선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성향으로써 일관성의 법칙을 들고 있다. 셋째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으로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맞추는 성향을 말한다. 넷째는 사람은 인상, 학연, 지연등에 쉽게 동조되는 호감의 법칙이다. 다섯번째는 권위에 쉽게 굴복하고 실재 이상의 신뢰을 갖게되는 권위의 법칙이고 여섯번째는 적은 것에 쉽게 목메는 희귀성의 법칙이다.

이책은 이 여섯가지 심리법칙을 그 속성에 따른 그야말로 풍부한(!) 실제 예를 들고 있다. 하지만 스키너식의 조건과 강화를 통한 반응을 즐기는 이런 식의 예는 너무 기계적이고 스테레오 타입이라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만약 이런 결정론적 사고관에 너무 많이 노출되고 싶지 않고 이 법칙들을 빠르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바로 TV를 켜고 '홈쇼핑'광고를 보면 된다.

홈쇼핑에서는 다음과 같은 프로모션과 호스트의 언변을 들을 수 있다.

1. 먼저 한달간 써보신 후 구매결정을 하셔도 됩니다~ (상호성의 법칙)
2. 자동주문 전화나 예약전화 이용하세요~ (일관성의 법칙)
3. 주문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우리집 사람도 써보니까 너무 좋데요(사회적 증거의 법칙)
4. 잘생긴 호스트나 상품 모델들의 등장(호감의 법칙)
5. 탤런트, 스포츠맨, 의사, 교수들의 사용소감, 미국 FDA 승인 제품입니다~(권위의 법칙)
6. 아 아쉽게도 마감시간이 다 되어 가네요. 이제 정말 상품이 몇개 안남았습니다(희귀성의 법칙)

다시한번 드는 생각이지만 정말이지 매우 장황한 책이다. 그래도 각 법칙에 대한 이론들과 마지막 에필로그의 정보화 시대의 설득전략 편에서 '정보화 시대는 결코 지식화 시대는 아니다. 정보가 많을 뿐이지 그걸 지식화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는 보석같은 말이다. 인터넷 시대로 대변되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는 지식의 부족으로 하여 오히려 더 의사결정이 어려운 그런 시대라고 한다.

수학이나 화학같은 학문을 기대했던 내게는 갑작스런 화학공학으로 점프한 감이 있어 다소 실망스러웠고 함부로 '불변'의 법칙이라는 부제처럼 책 내내 팽배한 자신감과 확신은 좀 부담스러웠던 책이다.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