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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영희 선생, 이제 펜을 놓다
    정경사 2006. 9. 5. 12:53


    며칠전 신작을 포함한 12권의 전집을 출간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던 리영희 선생께서 어제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제 글쓰기 활동을 접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젠 연로하셔서 몸과 마음이 허락치 않아 지적활동을 마감한다고 하며, "한계 깨달을 때 이성적 인간"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리영희 선생의 글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독창적인 이론이나 주의 때문이 아니라 폭압의 암울했던 시절, 진실을 밝히고 또 행동했기 때문에 그로인해 많은 이들에게 올바로 세계를 볼 수 있는 빛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80년대 사상의 은사로 받을어졌던 선생의 그간의 활동과 저작들에 영향을 받았던 많은 이들은 마치 정년퇴임을 하신 선생님에 대한 감정과 비슷한 섭섭함과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민중 예찬론’에 경도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편의 입장을 보여온 희귀한 진보 지식인 중 한명으로 리영희를 빼놓을 순 없을 것이다. 나는 리영희에 대한 개혁·진보 진영의 상투적인 평가와 예찬에 질려 있다. 그의 과거 투쟁을 높이 평가하면서 “내 사상의 은사”라는 식의 회고담 일변도다. 나는 그런 찬사에서 오히려 ‘리영희의 종언’을 암시하는 오만을 읽는다.
    내가 보는 리영희의 장점은 그게 아니다. 리영희가 ‘사회주의의 역사적 패배’를 인정한 1991년 1·26 사건의 의미를 평가하지 않고선 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패배’라는 주장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때 리영희를 향해 비판을 날렸던 수많은 사회주의자들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나의 논점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지적 성실성’이다. 1·26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리영희는 76살의 고령에도 ‘도그마와의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의 사상적 제자들은 리영희를 군사독재 정권의 도그마와 싸운 투사로만 기억하면서 그 기억을 박제해버렸으며, 그가 지금 정반대편의 도그마에 도전하고 있다는 건 외면하고 있지만 말이다.

    - 강준만, 한겨레21 2005년07월19일 제569호 중 -

    리영희교수 “이젠 펜을 놓습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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