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심리학 - 찰스 포드

스키너의 심리상자를 연 후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져 다시금 골라서 읽어본 책이다. 제목은 <마음을 읽는 거짓말의 심리학>이라 하고 저자 서문에는 이 책을 통해 거짓말의 기술을 배워 나쁜 의도로 응용하지 말라는 늬앙스를 풍기기까지 한다. 하지만 읽고 난 후의 느낌은 그렇지 않다는 거~

이 책은 내가 보기에는 정통 프로이드의 학설에 입각해 인간의 방어기제를 통해 내면적인 메커니즘을 분석해주고 위와 동시에 외적인 면인 사회와 발달과정에 있어서의 거짓말의 원인과 그 장점과 폐해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제목의 암시처럼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정신적 병리현상과 사회라는 관계 사이의 학설과 병명을 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파악하는 거짓말은 내면적인 방어기제에 의한 자기기만에 그 핵심이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자기기만이라는 거짓말은 본능적인 면도 있지만 외면적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짐승은 보호색이나 죽은 척하는 '거짓말'을 통해 천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순전히 살기위해 거짓말을 한다.

이에 반해 인간의 거짓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물론 유아기 또는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에 대한 폭력과 억압은 일상적 의미에서의 긍정적 거짓말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자기자신의 파괴 및 반사회적 거짓말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자기자신을 속일 때 자신을 방어하고자 하는 심리가 같이 작용한다.
프로이드의 자기방어 기제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의 저자가 거짓말과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기제들은 다음과 같다.

1. 부정
이미 입증된 진실과 사실을 거부하는 것. 예를들면 병의 증상을 무시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음.

2. 망상투영
외부현실에 대한 전적인 망상을 의미한다. 내적 욕구가 현실을 왜곡해서 보도록 함. 자신의 외도를 아내가 부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짓된 믿음으로 바꿔버리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3. 왜곡
자신의 내적 필요에 따라 외적현실을 사실과 다르게 재구성하는 것. 종교에 의한 신앙과 연관이 깊다.

4. 투영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과정. 예를들면 어떤 부인이 남편이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고소를 했는데, 실제로 화낸 사람은 그녀 자신이면서 정작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현상.

5. 연기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걱정이나 본능적 욕구에서 시작된다.

6. 우울증
남들에 대한 질책이나 화를 자신에게 돌리는 것.

7. 수동적인 공격행동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현상, 이를 통해 주위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8. 정신분열
외부세계의 문제를 부정하고 물러서는 것.

9. 해리
생각, 기억 또는 경험에 경계를 두어 원치않는 기억이나 경험을 아예 의식 밖으로 두는 것이다. 다중인격이나 기억상실 같은 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0. 대치
자신의 두려움과 걱정을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훨씬 경미한 상황으로 옮기는 과정.

11. 지식화, 격리, 합리화
상황에 대한 외적사실을 지각하지만 감정을 배제하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이유를 찾는 현상.

12. 반동 형성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충동, 소망, 두려움 등에 대해 그와 반대되는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는 현상.

13. 억압
화나가너 고통스러울 때의 느낌을 아예 의식에서 차단해버리는 과정.

14. 기대
미래를 불안하게 여겨서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

15. 승화
본능적 욕구를 사회가 용인한 방법으로 희석하는 과정.

16. 억제
의식적 또는 잠재적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의식에서 배제하는 점에서는 억압과 같으나, 그 그익을 필요할 때는 불러내어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억압과 다르다.

17. 유머
장난을 치거나 다른 사람을 비웃는 능력으로 자존심을 잃지 않으면서 개인적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방어기제들에 충실하여 풍부한 사례와 병리 현상을 설명한 것이 이 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 성숙한 자아방어 기제는 이타주의와 기대, 승화, 억제, 유머 같은 것을 들고 있다.

저자는 거짓말 자체의 도덕적 판단이나 사회적 판단은 유보한다. 왜냐면 광의 범위에서의 거짓말이란 삶과 사회 그자체이기 때문이다. 예술도, 문학도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거짓말 자체의 문제점보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이야 자기 자신과 사회 공동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책을 마치고 있다.

마음을 읽는 거짓말의 심리학 - 찰스 포드 지음, 우혜령 옮김/이끌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