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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란서생 (淫亂書生, 2006)
    영화이야기 2006. 9. 2. 21:01
    이 영화에선 <스캔들>에 못지 않은 조선시대의 수려한 경관과 미려한 건축물 그리고 화려한 복식의 등장인물들이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왕의 궁궐과 어전회의 실등은 같은 고궁을 배경으로 한 TV의 사극에선 볼 수 없는 빼어난 영상을 선사해준다.

    내용은 <왕의 남자>처럼 왕이 연관된 사랑이야기지만,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며 여기선 오히려 피해자는 왕이다. 상고시대부터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로마에 버금갈 정도로 성에 대해서 자유분방한 나라라는 설이 있다. 유교가 도입되고 나서도 음지에서는 이런 자유분방함이 살아 있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한석규가 분한 주인공은 권력과 당파싸움에는 관심이 없고 글을 읽고 쓰는 것에 실력이 출중한 사대부의 문장가이다. 그랬던 그가 활활타오르는 생명력을 발산하는 것은 음란소설을 쓰며, 동시에 왕이여인과의 뜨거운 사랑을 나눌 때이다. 당시 최고로 심한 형벌을 가함에서도 그는 한치의 겁먹음이 없이 입을 봉한다. 제목만 보고 야하고 코믹한 <몽정기>의 사극 버전을 예상했던 나같은 사람의 기대를 저버렸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꿈과 사랑에 관한 것이다.

    남편을 그것도 당시의 절대권력인 왕을 앞에다 두고 두사람이 당당하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어이없을 정도로 용감할 밖에 할말이 없을 정도다.

    역사랑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데, 이 영화에서는 댓글도 나오고 동영상도 나온다. 소위 퓨전 사극이라할만 하다. 이 영화의 재미있고 인상적인 부분이다.

    왕의 역할을 맡은 배우 안내상, 보기드문 눈빛과 표정의 독특한 분위기의 배우다. 하다못해 주말드마라 <소문난 칠공주>에서 치킨 파는 모습조차도 뭔가 강렬함이 느껴진다. 내재한 에너지를 억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왕의 남자>에서 정진영의 왕이 안성맞춤이었다면, 이 <왕의 여자>에서는 안내상의 왕의 역할 역시 그야말로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다. 이 말은 진정 사랑만으로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성립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한쪽이 하늘아래 최고의 권력자인 왕이라 할지라도 약자일 수 밖에 없다. 다른 남성을 사랑하는 후궁앞에 눈물을 흘리고 그 남자를 죽이기 보다는 둘다 살려 서로 떨어지게 하는 배려는 일방적이긴 하나 사랑이라 생각한다. 이런 기막힌 사랑이야기에 <음란서생>이라니..제목이 속초 방파제에서 학꽁치 낚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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