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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타유발자들 (A Bloody Aria, 2006)
    영화이야기 2006. 8. 27. 01:39

    80년대 최고의 배우가 안성기였다면 90년대 중후반에서 그만큼 비중을 차지한 배우는 단연 한석규다. 그는 <닥터봉>에서 코믹한 모습을, <넘버3><초록물고기>에서는 깡패를, <쉬리>같은 오락영화에 나와선 현란한 총싸움을 보여주는가 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선 잔잔하게 우리 심금을 울리던 사진사로 나왔었다.

    이후 최민식 송강호로 이어지는 현재 영화계에서 잠시 주춤하던 그는 <이중간첩>을 계기로 복귀해 <주홍글씨><미스터 주부퀴즈왕>등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초록물고기>의 막둥이란 이름을 딴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기도 했던 그는 영화를 출연하기전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볼 뿐 아니라 감각적으로 고르는 안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구타유발자들>이란 갱스터무비 제목같은 영화를 보게된 것은 순전히 한석규란 이름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그만큼 소재와 분위기가 우리 일상의 폭력에 근접하여 있고, 그런 디테일한 감정 선을 정확하게 잡아낸 감독의 역량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되어 군사독재기간을 거치면서 군대와 학원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우리는 구타 등의 폭력에 익숙해져 왔다. 하다못해 학창시절 조금 외진 골목길이나 3류영화관 앞에서 동네 깡패 아이들에게 -소위 삥을 뜯긴다는- 갈취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언어, 구타라는 폭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거기에 덧붙여 집단 따돌림이라는 왕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 공권력, 성폭력, 직장,  학교내 상사들에게 나타나는 폭력들까지 실로 광범위하게 노출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여러 요소의 폭력이 모두 형상화 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이며 거기에 어떤 행동을 할지 도무지 예측을 할 수 없는 동네 깡패들의 행위는 묘한 불쾌함과 공포감을 안겨준다. 마지막 한석규의 행동을 통해본 폭력의 실마리에서 결국 폭력의 먹이사슬과 같은 고리를 알 수 있지만, 영화나 TV라는 매체가 주로 논리보다는 영상이라는 정보와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기 때문에 폭력의 얼개에 대한 공감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 영화의 참여자들이 자신한 매력은 폭력의 주제의식과 그 불편한 분위기였겠지만 전자의 주제 의식은 그 강렬한 분위기에 묻혀버린 것 같다.

    끝으로 성악가 교수 역을 맡은 배우의 그 능글능글하고 위선적인 연기는 정말 리얼함의 극치였다. 제목이 구타유발자들이지만 이 교수야 말로 가장 제목에 적합한 인물이었단 생각이다. 그리고 이문식, 오달수, 한석규 등의 연기가 뛰어났다 하더라도 이미 친근해져버린 그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은 몰입의 강도가 그보단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 이름은 모르지만 <달콤 살벌한 연인>에 나왔던 머리 빨간 깡패는 정말 맛깔스런 연기를 이번에도 보여주었다. 소위 '비호감형' 캐릭터계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을 배우 같다.

    그리고 교수의 제자로 나온 신인여배우는 연기는 조금 어색했지만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 예측 가능한 - 행동을 하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여성조차 편안하게 바라 볼수는 없었다. 영화 내내 팬티를 입지 않고 있는 것을 연상해 보면 나라도 정말 아찔했을 것 같다. (내 예상엔 이 여배우는 나중에 크게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기가 안된다면 마스크로도)

    따라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다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영화! 게다가 그렇게 잔인한 장면이나 폭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독특한 영화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런 영화가 많다면 어디 영화를 자주 보러갈 용기가 나겠는가.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영화에서 처럼 쥐약먹고 뻗어죽은 한석규처럼 그렇게 간단하게 폭력이 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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