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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주부퀴즈왕 (Quiz King, 2005)
    영화이야기 2006. 4. 13. 16:59

    한 아이가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불행히도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아이의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아이는 급히 응급차로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마침 응급실에 있던 한 의사는 그 아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이를 후송한 구급요원이 이런 의사를 반응을 보고 그 의사에게 물었다

    " 이 아이를 아시나요?"라고 하자 의사는 "이 아이는 내 아들이에요!"라고 말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분명 현장에서 사망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물론 정답은 그 의사가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 간의 편견을 테스트하는 이 일화를 처음 접했을 때 답을 맞히지 못했던 사고의 협소함에 스스로 놀랬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한석규의 영화 '미스터 주부 퀴즈왕'은 위 일화의 반대를 연상케 하지만 단순히 남성 전업주부에 대한 해프닝을 중심으로 하는 소위 깨는 내용만이 아닌 가족의 소중함과 그 구성원들의 따뜻함을 되새기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을 다니다가 노조 파업 때 선봉에 섰다 자기 혼자만 사표를 내고 전업주부가 돼버린 남편. 아마도 불분명하긴 하지만 그는 사회에 대한 환멸과 또 자존심 때문에 전업주부라는 직업을 맡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가정을 유지하는 주부의 역할에 공감.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자긍심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어쨌든 영화에서 방송국 작가가 말했던 존 레넌이 오노요코를 만나 했던 전업주부와 같을 순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방송국에서 MC를 맡고 있는 아내는 점점 젊은이들에게 밀리고 그나마 맡고 있던 프로그램이 폐지되어 그야말로 전전긍긍한 상태가 된다. 이를 약점 삼아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PD의 비위를 맞춰가며 새로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게 된다. 참 고달픈 우리네 경제생활의 한 단면이다.

    어릴 적 나도 가끔 들었던 ‘어떤 아줌마가 곗돈을 가지고 튄’ 사건 때문에 남편 한석규는 장인어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부 대상의 방송 퀴즈쇼에 사상 최초의 남성 주부로서 참가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 우리가 상투적으로 걱정하던 갈등은 모두 다 쉽고 간단하게 풀린다. 즉 전업주부를 아들을 딸처럼 이해하는 어머니, 이런 처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완고한 아버지의 따뜻한 격려. (사실 아들의 국한 방에 넘어간 것도 같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아들에게 이런 섬세함을 아버지들은 요구하지 않고 반기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당신의 딸을 고생시키는 이런 사위를 응원하는 장인어른. 주부인 아빠 때문에 놀림을 받지만 어느 누구보다 아빠를 사랑하는 유치원생 딸. 이런저런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노총각 친구까지..따라서 극중 한석규는 행복한 사람이다.

    물론 아내와의 갈등이 이 영화의 주된 갈등이며 그 해소의 과정이 주는 감동에 강조를 두기 위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정작 빈곤층이 1000만을 육박하고 청년 실업문제,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 등으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실제 생활인의 관점에선 이런 주인공이 부러울 수도 있고 또 과연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만으로만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념이 들기도 한다.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아쉬운 점을 토로해 보지만 사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삶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확대하여 사회 공동체가 가족이 되는 소위 게마인샤프트의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하는 바람이다.

    이 바람에 대한 답이라도 주듯 극중 PD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삶에 찌들린 사람들이 자기랑 똑같은 사람들이 나오면 보겠어? 화려한 게 나와야지" 이 말 속에 셜리 템플의 미소가 오버랩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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