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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 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찰 때마다, 내 영혼 깊숙이 축축한 11월의 기후가 자리할 때마다, 장의사의 집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질 때마다, 장례식 행렬 맨 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 때마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란 것을 깨닫게 된다.
(Whenever I find myself growing grim about the mouth; whenever it is a damp, drizzly November in my soul; whenever I find myself involuntarily pausing before coffin warehouses, and bringing up the rear of every funeral I meet; and especially whenever my hypos get such an upper hand of me, that it requires a strong moral principle to prevent me from deliberately stepping into the street, and methodically knocking people's hats off -- then, I account it high time to get to sea as soon as I can).”
멜빌의 소설 '백경' 중 첫문단.
미문학사 중 특히나 문학적인 표현이다. 작가는 글쓰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쯤되면 (그 과정은 안봐서 알 수 없지만) 그말이 무색해 진다.
나도 많이 느낀다.
우울해 지면 말하기도 싫어진다. 내 입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찬다는 표현처럼.
가끔씩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싶은 반의식적인 욕망이 솟을 때가 있다.이럴 때 소설에서는 '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럴 때 마다 뭔가를 찾아 떠나거나 몰두하나 보다.아마 그래서 최인호는 고래를 잡으로 동해로 사냥을 나가고..
체게바라는 안락했던 쿠바를 버리고 볼리비아로 떠났고
비트 에서 정우성은 모터사이클의 속도에 몸을 맡기고
공옥진은 원숭이, 바보, 병신이 되어 그 기괴한 춤을 추며
조정래는 보다 양적으로 쉴새없이 글들을 써 나가나 보다.신들린 듯한 이러한 몰입과 그 행위는
그게 사상이던, 방황이던, 광기던
스스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이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사람들을 선도하거나 영감을 줄 수도 있고 말이다.그럴때 마다 나는 무엇을 할까?
실험실이 아닌 데선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산출물을 낼 수가 없는 것 마냥
분명 나 스스로는 '백경'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아마 소설처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내안엔 그리고 내 밖에도 없는 것 같다.그래서 좋다고 싫다고..
딱히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내 스스론 어느정도 밋밋한 것 또한 사실이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