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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럴때마다
    각종감상문 2006. 4. 12. 23:34

    “내 입 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찰 때마다, 내 영혼 깊숙이 축축한 11월의 기후가 자리할 때마다, 장의사의 집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질 때마다, 장례식 행렬 맨 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 때마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란 것을 깨닫게 된다.

    (Whenever I find myself growing grim about the mouth; whenever it is a damp, drizzly November in my soul; whenever I find myself involuntarily pausing before coffin warehouses, and bringing up the rear of every funeral I meet; and especially whenever my hypos get such an upper hand of me, that it requires a strong moral principle to prevent me from deliberately stepping into the street, and methodically knocking people's hats off -- then, I account it high time to get to sea as soon as I can).”


    멜빌의 소설 '백경' 중 첫문단.

    미문학사 중 특히나 문학적인 표현이다. 작가는 글쓰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쯤되면 (그 과정은 안봐서 알 수 없지만) 그말이 무색해 진다.

    나도 많이 느낀다.

    우울해 지면 말하기도 싫어진다. 내 입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찬다는 표현처럼.
    가끔씩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싶은 반의식적인 욕망이 솟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소설에서는 '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럴 때 마다 뭔가를 찾아 떠나거나 몰두하나 보다.

    아마 그래서 최인호는 고래를 잡으로 동해로 사냥을 나가고..
    체게바라는 안락했던 쿠바를 버리고 볼리비아로 떠났고
    비트 에서 정우성은 모터사이클의 속도에 몸을 맡기고
    공옥진은 원숭이, 바보, 병신이 되어 그 기괴한 춤을 추며
    조정래는 보다 양적으로 쉴새없이 글들을 써 나가나 보다.

    신들린 듯한 이러한 몰입과 그 행위는
    그게 사상이던, 방황이던, 광기던
    스스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이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운이 좋으면 사람들을 선도하거나 영감을 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럴때 마다 나는 무엇을 할까?
    실험실이 아닌 데선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산출물을 낼 수가 없는 것 마냥
    분명 나 스스로는 '백경'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아마 소설처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내안엔 그리고 내 밖에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좋다고 싫다고..
    딱히 말할 순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내 스스론 어느정도 밋밋한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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