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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재구성- 현대 일본이 부끄러워하는 진짜 일본
    독후감 2012. 11. 11. 20:40

    일본에 대해 분석서로 책 뒷면에 있는 유수 언론사의 평으로만 보자면 이 책은 유명한 <국화와 칼>보다도 탁월한 책으로 여겨진다.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이 책은 설명문이나 비평서라기 보다는 논설문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류 보편적인 시각에서 소위 '일본' 그리고 '동양'이라는 틀에서 일본의 특수성을 부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껏 그러한 특수성은 일본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로 많이 쓰여졌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면도 있지만 대체로 보편성도 특수성과의 관계에서 조율되는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그런 점에서 모든 논설을 선뜻 수긍하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책은 번역의 문제때문이었는지 처음 1부의 몇 장을 읽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었으며 구체적 사례가 있는 듯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기자출신의 저자 패트릭 스미스는 '안티-오리엔탈리즘'을 기반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일본을 조명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기조를 이루는 주요한 다른 잣대는 '미국'이다. 결국 미국의 오리엔탈리즘의 지금의 일본의 비정상화를 획책하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개인이던 국가던 모든 결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며, 정상적이지 못한 모든 것에는 그것에 대해 영향을 미친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개항이후 서구 행위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항복 이후 미국의 지배가 일본의 정상으로 가는 요인을 틀어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책의 말미에선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에 대한 간섭과 일종의 지배를 걷어들인다면 일본은 일본국민의 총화를 통해 새로운 헌법과 새로운 체제로 자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의 안티오리엔탈리즘에 의하면 서구와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는 일본의 민주주의와 국제사회에서 걸맞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 관점은 서구와 미국 제국주의하에서 일본은 비정상화가 된 것이 아니라 '괴물'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든 피지배층 즉 민중의 역사는 비슷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일본을 작동하고 움직이는 지배세력은 패전 이후 현재까지도 동일하며 따라서 전쟁전의 괴물은 아직도 일본을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무현 정권때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압력이 제거되면 검찰 스스로 자정능력이 생겨서 정치검찰이 사라지고 중립적이고 정의로운 검찰이 되리란 생각에 적어도 대통령은 그렇게 검찰을 대했다. 물론 검찰 수뇌부의 몇몇 정치검찰을 빼고 대부분의 일선 검찰은 검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정상화는 미국의 영향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미국과 국제사회의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 강제하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전제로는 미국의 반성이 있어야할 것이지만 미국이 그럴 것이라는 것이 묘연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평화헌법 특히 7조의 유지는 당분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진정으로 좋은 점은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일본의 입장에선 패전 이후)의 우리의 역사와 사회 그리고 정치는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일본과 정말 흡사하다. 책에서 핵심을 찌른 일본의 '책임지지 않는 문화' 이로인한 '방기'가 우리나라의 역사와도 거의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패전 이후 미군의 점령을 선뜻 받아들인 일본은 <국화와 칼>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오랜 무사계급 사회에서 오는 힘에 대한 복종의 측면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 분석한 대로 일본의 오랜 지배층에 대항하는 민중사적 측면도 매우 강하다. 그러나 잘못된 지배체제의 일소는 커녕 전범인 일왕의 유지로 상징되는 구체제의 건재함은 이후 일본 국민에게 잘못에 대한 '책임이 없는 방기' 그리고 지배층에 대한 복종 거기에서 억압되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사회 내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내게 하였다. 덧붙이자면 지배층은 지배층대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국가주의에 입각해 서양을 뛰어넘은 돈의 축적으로 국민들은 이러한 부조리에 집단적인 히스테리적 '자기 방어 기제'를 양산하게 된다. 그것이 소위 허무주의, 자기부정 그리고 타자에 대한 희생양을 통한 가학, 오타쿠로 상징되는 개인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어떠한가. 일본국민과 기질적 차이는 있겠으나 점점 더 일본의 부작용과 닮아가게 된다. 금전 만능주의, 사교육 열풍, 왕따문화, 개인주의 하다못해 원조교제까지 말이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른 구조적 모순도 있겠으나 마치 패전 이후 일본처럼 미국에 의한 친일 세력의 건재함, 항일 세력의 몰락 그 과정에서 반공이라는 이름 하에 희생된 많은 애국지사들 4.3, 4.19. 5.18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는 일본의 극우세력의 건재함과 미국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의 재구성은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은 물론 중국과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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