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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는 역사속에 있는가
    소소한 낙서 2011. 6. 15. 08:54
    강철 셔터들은 다시 철컥 소리를 내며 닫혔고, 거리는 마술을 부린 것처럼 텅 비었고, 바리케이트에는 병력이 배치되었다. <그것>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나도 지붕의 내 위치로 돌아갔다. 역겨움과 격분이 강렬하게 몰려왔다. 이런 사건에 참여하게 되면 미약하나마 스스로 역사를 만드는 셈이 되니 의당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잘한 물리적 일들이 늘 다른 모든 것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전투 내내 나는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기자들이 무척이나 그럴듯하게 내놓는 올바른 상황 <분석>이란 것을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내가 주로 생각했던 것은 이 비참한 내분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단지 밤낮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지붕에 앉아 있는 일의 고생과 권태, 그리고 점점 심각해지는 배고픔뿐이었다. 사실 우리는 월요일 이후로는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는 이 일이 끝나자마자 전선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내내 자리잡고 있었다.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었다. 나는 백심오 일 동안 전선에 있었다. 그런 후에 약간의 휴식과 안락을 찾아 바르셀로나에 왔다. 그런데 이렇게 치안대가 있는 건물 맞은편 지붕에 앉아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 치안대원들도 나만큼이나 지루해했다. 그들은 규칙적으로 나에게 손을 흔들었으며, 자기들도 <노동자>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자기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명령만 받으면 총을 쏠 것이 틀림없었다. 이것이 역사인지는 몰라도 그렇다는 실감은 들지 않았다.
    - 조지 오웰〈카탈로니아 찬가〉中 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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