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출퇴근 시간에 강준만 교수가 쓴 '대학생 글쓰기 특강'이란 책을 읽고 있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과 논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글쓰기나 논술에 관련된 책을 고르던 중 강준만 교수가 쓴 책이 있길래 대학생은 아니지만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단순히 대학생들이나 수험생들의 시험에 필요한 논술 교재만이 아니라 올바른 글쓰기를 위한 사고의 체계와 논리에 대한 소개가 많이 있다. 따라서 글쓰기 자체 뿐이 아닌 글쓰는 사람의 태도나 사회 현상에 대한 관찰 등에 대한 내용이 많고 또 요즘의 현실과 관련해 인터넷 글쓰기와 여론에 대한 해석도 많아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이 책의 여러 장 중에서 '명암의 법칙'이란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이 있어 옮겨본다.
우선 명암의 법칙이란 극과 극은 통한다라는 개념으로 어떤 현상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으며 이를 고루 살펴보아야 균형잡힌 합리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교사와 일맥상통한다고나 할까.
이에 대한 예로써 미국이 사회학자 허버트 갠스가 1971년에 쓴 논문에서 '가난의 기능'대해 다음의 열네가지를 제시한 것을 소개한다.
1. 더러운 일을 누군가가 해야한다.
2. 낮은 임금으로 인해 부자의 풍요에 기여한다.
3. 경찰, 교도행정 근무자, 사회복지 용원, 목사, 창녀 등에게 생계거리를 제공한다.
4. 중고상품, 싸구려 상품을 소비한다.
5. 일탈 행동으로 처벌됨으로써 사회현상 유지에 기여한다.
6.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탈 행동에 간접적으로 참여케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7. 문화 창조에 기여한다 (부자들의 민속 예술 수집품, 흑인 음악 등)
8.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9. 중산층의 계층 상향 이동에 기여한다(하층민 상대의 장사를 통해)
10. 최상층을 바쁘게 만든다. 중산층은 먹고 살기에 바쁜 반면, 최상층은 하층민에 대한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엘리트의 권위 양양에 기여한다.
11. 사회 변화 또는 성장의 비용을 지불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도시 건설에 차줄되거나 도시 계획은 하층민 지역을 철거해서 이루어진다.
12. 정치 과정을 안정화시키고 원활화 시킨다. 빈곤층은 투표에 덜 참여하기 때문이다.
13. 사회주의를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14. 다섯 번째의 이유 때문에 가난은 각자 개인의 책임이라는 프로파간다에 기여한다.
어떻게 보면 가난에 대한 냉소적 비난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에서 가난에 대한 냉정하고도 체제 내 기능적인 역할을 잘 관찰한 내용이다. 풍자적인 요소로도 볼 수 있지만, 사회 구조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허위'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항목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