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앙코르와트 299,000원의 함정
    정경사 2006. 4. 13. 17:17

    세계 문화유산인 앙코르 와트 여행비가 단돈 299,000원! 누구나 한번쯤은 솔깃했을 이 터무니 없이 저렴한 여행경비의 비밀을 알고보면 실로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한  단면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오늘 MBC PD수첩에서 본 저가 동남아 여행의 실체는 처참했다. 국내 여행사와 여행 현지 랜드사 그리고 항공사 간의 고리가 고래 싸움이라 한다면 그 와중에 등이 터지는 새우는 관광객과 가이드였다.

    나도 태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가  동행했었다. 그 가이드는 비교적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쇼핑과 옵션 때문에 미묘한 신경전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있다. 주변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뻔뻔스런 팁 요구와 쇼핑 강요 등으로 불쾌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한두명 쯤 꼭 있다. 주로 그런 불평은 여행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하는 가이드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국내 여행사가 제시하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여행상품은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보고 하는 장사다. 항공료만 30만원이나 하는데 20만원대 상품이란 당연히 마이너스일 수 밖에 없다. 현지 랜드사는 선수금도 없이 이런 관광객을 받게 되고, 따라서 랜드사와 현지 가이드는 당연히 이윤을 남기기 위해 쇼핑, 옵션 등을 강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여행사가 손해를 봐가면서 관광객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항공사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는 성수기 때 항공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비수기 좌석까지 미리 예약을 해놓는다.

    이처럼 1년 단위로 미리 항공권을 매입하는 것을 소위 '하드 블럭'이라고 한다. 따라서 하드블럭으로 사놓은 1년치 좌석을 썩힐 수가 없어서 반값이라도 받고자 관광객을 모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내 여행사는 최대한 손실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현지 랜드사와 가이드에게 그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나쁜 일에는 더욱 그렇다. 불순한 의도가 고의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히 현지 조폭들의 횡포뿐이 아니라 여행 주최자인 항공사, 여행사 들의 구조적 모순일 경우는 더욱 복잡하다.  대형 버스를 대절하여 관광지 곳곳에 떼지어 다니는 한국 사람과 한국말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씁쓸해졌다.

    동남아 등지에서 보이는 한국 간판은 관광대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혔던 게 아니었다. 그것은 위와 같은 구조적 악순환의 결과일 뿐이었다.

    가이드와 기사를 동행하고 봉고차에 탔다 내렸다를 반복하다가 특히 유적지 같은 곳에서 역시 시간에 쫓길 때 한 두명씩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 부러운 느낌이 들곤 했다. 그렇지만 여행에 적극성이 부족하고 또 저렴한 가격때문에 패키지성 관광을 택한 자신의 책임 또한 크다 할 것이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