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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루맛쇼 (The True-taste Show, 2011)
    영화이야기 2011. 8. 7. 17:30

    이 다큐멘터리는 제목을 패러디한 <트루먼쇼>보다도 더 무섭고 심각한 이야기다. 게다가 한 명을 여러명이 속인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는 것이 더 충격적인 셈이다. 

    <트루맛쇼>는 현재의 우리 미디어가 -본질적으로는 자본이- 얼마나 정교하게 삶의 느슨한 부분까지도 침투하고 있는 지를 알리는, 정확히는 확인해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나면 왜 전국의  소위 'TV에 방영된 맛집'의 간판이나 인증사진처럼 걸려있는 액자의 캡처사진이 모두 똑같은지 알게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거의 전부 'SHOW'였다는 것이고 정확히 말하자면 '돈벌이'였다는 것이다.

    TV맛집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CF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식당'이 있고, 이를 찾아서 TV에서 보여주는 이 간단한 일이 조작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을 남겨둔다. 게다가 몇 년이 지나도록 이 공공연한 사기가 소문이 나지 않고,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이 거대한 사기의 집체극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돈을 받고 CF를 찍어주고 방송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방송국과 브로커가 천만원을 받고 나눠먹는 과정과 브로커와 구성작가와 VJ가 급조된 메뉴를 만들어 내고 맛이 없는 음식을 맛이 있다고 손님 역을 하는 친구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연예인의 자신의 단골 맛집이라고 소개를 해놓고 프롬포트 없이는 메뉴명조차도 모르는 황당무계한 일련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은 결국 방송국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모욕하고 연예인은 신뢰할 수 없는 공인이며 프로덕션 사람들은 월급쟁이나 자영업자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루 맛은 음식이 아니라 사회,문화,경제의 총체적 문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맛이 없는데도 맛있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다고 치자. 있지도 않은 메뉴를 방송용으로 제작하고 버젓이 맛집으로 방영을 하면 나중에 맛집을 찾아간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통이 안나는 지도 의문이다. 정보통신이 발달하고 아무리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도 몇년 동안이나 이 말도안되는 '쇼'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서 백구를 무자비하게  때려잡은 충격적인 사건은 며질뒤 제보가 잇따르고 공분을 일으키게 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 특히 대통령의 언행의 잘못과 어리석음은 바로 패러디가 되고 비아냥거리가 된다. 반면에 맛집을 속이는 것은 왜 이토록 오랫동안 그 정체가 탄로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 이유로 방송사 및 언론사의 보호 등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난 이렇게 본다. 이것이 은폐되고 공분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책임이 명확하게 한명의 인물에 집중 될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분노하게 되지만, '맛집이 맛이 없더라'는 해프닝으로 축소되버리고, 방송을 보고나서 찾아갔더니 방송에서 봤던 메뉴가 없더라는 그저 재수가 없을 뿐이 되기 때문이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분노해야만 하는 이유들은 오늘날 덜 명확해 보이거나, 아니면 세상이 더 복잡해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명령을 내리고, 누가 결정하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모든 정치적 분파들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은 항상 쉬운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한바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제도나 시스템은 분노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자본주의처럼 쉽게 드러나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나 구조적인 병폐는 그 대상이 모호하고 또 어렵기 때문에 오래 은폐된다. 여러명이 합작하여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돈을 목적으로 하는 이 같은 행위는 개를 무참하게 때린 개인의 잘못 못지않게 다른 차원의 병폐이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서는 더 엄격하게 다뤄야할 잘못이다.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그에 비해 우리의 분노는 불충분했다고 라고 생각한다.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맛집을 소개해 준 적이 있는가? 이럴 때 마치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친구들의 반응을 조금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게 된다. 맛이 있다는 반응이 나오면 나름 보람이 있을 것이며, 맛이 없다고 하면 조금 민망해 지기도 한다. 만약 맛이 없었다면 이런 경우 소개해준 친구한테는 그저 "이게 뭐가 맛있냐?"라는 딱 한마디면 된다. 어쨌거나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루맛 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는 취향이 문제가 이니다. 예를들어 현대자동차 공장의 한 생산라인에 가서 "당신은 왜 비정규인가?", 아니면 친구가 "그러게 공부 열심히 하라니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선택할 수 있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아주 복잡한 사회, 문화, 경제 구조의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분노할 것을 정확하게 찾자. 은폐된 것을 더 확실하게 파헤치자. 그런 점에서 <트루맛쇼>는 오프닝만은 훌륭했으나 여타 다큐멘터리처럼 좀 더 깊숙하게 진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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