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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중그네 - 오쿠다 히데오 作
    독후감 2011. 5. 25. 00:42

    잘 모르는 소설 게다가 일본소설을 접할 때는 선뜻 어떤 책을 집어야 할지 모호하다. 그럴 때 나같은 사람에게 동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소위 수상작품. 이 소설 <공중그네>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과 쌍벽을 이루는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사실 나오키상의 고유한 성격을 잘 몰라서 그저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아쿠타가와상과 비슷한 성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한없이 투명하기는 커녕 끝없이 인생을 허무하게 만들고 기분은 그야말로 늪처럼 밑으로만 쳐지게 만들었던 작품.

    얼핏 그 정도로 진지하고 그만큼 참신할 것으로 생각했던 <공중그네>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정색하는 것을 질색하는 성향은 나 개인적으로도 일맥상통한 부분이라서 기분좋게 그리고 유쾌하게 읽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쿠타가와가 문학성과 실험성을 중시한다면 나오키상은 비교적 대중성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리고 타인에게도 정색하지 말자

    이 소설을 통해 현대인에 있어서 자유와 솔직함의 미덕에 대해 깊게 다가왔다. 게다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쉽고, 직관적이면서도 더욱이 유쾌했다. 특히 동화나 만화적인 구성은 정색하거나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같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매력이 깃들여 있다. 각 단편들을 엮어주는 매개는 이라부라고 하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실질적인 주인공이며 각 에피소드마다 무언가 강박과 핸디캡을 지닌 주인공들에게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는 못하지만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어린 아이같은 단순함과 호기심 그리고 주체없는 행동하는 이라부의 치료행위(?)를 보고 있으면 그의 존재가 시사하는 바가 잡힌다. 즉 어떤 의미에서 이라부는 우리 내면의 고유한 순수함을 상징한다. 세상에 대해 어떠한 강박도 없고, 부족함도 없는 존재 자체에 대한 생명력이며 긍정의 결정체이다. 반면에 간호사 마유미는 인생의 목마름 그리고 나른함을 표현하는 또 다른 자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 인생의 주인공이다

    이 둘의 내면의 자신으로 투영해보면 왜 각 에피스도의 환자들이자 주인공들이 그 둘에게 꼼짝없이 치료를 당하고 그 과정에서 무장해제 당하고 또 친구가 되어버리는 지 의문이 풀리게 된다. 결국 환자들이 뜸한 이라부의 병실처럼 자기 자신의 고유했던 내면을 응시하는 것과 순수함에 귀를 기울리는 것이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러기엔 이 세상은 참으로 꼬인 것이 많다고 할 것이다.

    한가지 아쉽다고 생각한 점은 각 단편들의 환자들은 모두 각 분야의 에이스 들이다. 승승장구하는 조폭 중간보스, 공중그네 타기의 톱 플레이어, 배경 덕분에 출세길이 훤한 젊은 의사, 베태랑 프로야구 선수, 인기 많은 베스트셀러 여류작가 등등 면면이 화려하다. 마치 강박이라는 것은 능력있는 자에게 일어나는 증세로 오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자면 엘리트들의 강박을 보여주고 그 치유과정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들의 핸디캡을 엄살이라거나, 가진자의 즐거운 비명쯤으로 치부하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라부가 부잣집 병원장의 아들이라는 안분지족의 배경처럼 모든 독자들도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비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세속적인 기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는 저마다 귀기울일 이라부와 마유미가 있다.

    자기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라부는 모든 역경과 강박을 정면으로 부딪혀서 해결하라고 부추긴다. 실제로 좋은 친구나 인간관계는 실생활에서 이런 긍정적 영향력을 끼친다. 반면에 일종의 허무주의적인 관점에서 마유미는 -여류작가편에서 예를 들자면- 타인의 순수함과 진지함에 대해 응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라는 비유로 보인다. 어떤 의미에선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관계를 위해 자기 자신 속에서 이 두가지 요소에 귀를 기우리라는 메세지로 보인다.

    <공중그네>에서 나오는 기술처럼 점프하여 손을 내밀 때 받아주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낙하하는 것처럼 때로는 생각없이 정색하지 않고 어떤 인위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이 우리 인생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순수한 몰입의 경지를 잊지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꽤나 멋진 공중그네와 재빠른 1루 송구를 던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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