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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 여인숙 - 하성란독후감 2006. 4. 13. 17:02
소설은 시작부터 매우 강렬했다. 영화로 치자면 매트릭스나 인디아나 존스류의 강한 오프닝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해 기대심을 한껏 갖게 하는 그런 류의 인상이 아니라,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눈이 번쩍 뜨이는 그런 당황스러움이었다.
'다행히 선명이는 즉사했다'
바로 이 문구였다. 당연스레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선명이의 죽음부터 이 소설은 시작한다. 처음 읽어본 하성란의 소설을 어떻게 알게되어 손에 들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 책을 처음 살때의 기분이란 '공선옥, 공지영' 이후로 도대체 한국 소설가가 누구있지 하는 일종의 반성같은 거였다. 독서량이 줄어드는 만큼 TV나 영화를 보는 것이 늘어났고, 최근에 읽은 책은 주로 사회과학서적 같은 비평서였기 때문이다.
여튼 소설은 추리 소설 같은 긴장감마저 드는 스토리 위주 인듯하면서도 퍼즐과 퍼즐 사이를 엮는 섬세한 묘사가 풍부하였으며 전체적인 느낌은 도회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장르는 순수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암튼 잘 준비되어있는 관념적인 대사는 드라마 같은 느낌이라 흡수되기 쉬웠지만 -물론 그런 면도 소설의 한 방식이라 할 수도 있지만- 각각 떨어져있던 상투적인 상황들이 주로 퍼즐맞추기식으로 쓰여 조금 어울리지 않는단 느낌도 들었다. 이를테면 영화 '포카튼'에서 외계인이 등장했던 그 생뚱맞음처럼 고스케로 상징되는 신비스러운 부분에서 그런 생경함이 떠올랐다.
실제론 손에 잡은 즉시 다 읽어버릴 정도로 쉽고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새벽3시쯤 마지막 문장을 읽었을 때도 역시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다들 이 마지막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는 걸 알게됐다. 난 그저 멍했었던건지 작가 직접 설명한 마지막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소설의 장르를 나누자면 순수소설이라 해야 하나? 전체적인 감상은 접어두더라도 각각의 상황과 그 인물들은 모두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었지만 이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하나의 거대한 끈으로 묶어내는 솜씨는 세련되기 그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꼭 보고 싶다거나 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작심하고 읽은 소설들의 줄거리는 잊어버릴지언정 '삿뽀로 여인숙'의 오프닝과 엔딩은 두고두고 기억속에 강하게 남아있을 것 같다.
삿뽀로 여인숙 -
하성란 지음/이룸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