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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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8)영화이야기 2009. 7. 2. 13:11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독님, 그런 영화 왜 만드세요?" 홍상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서 그동안 보여줬던 균형이나 경계를 허무는 듯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철저하게 모호해지기로 작정한 듯이 영화를 찍었다. 홍상수는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구경남(김태우)이 자기 자신의 분신임을 숨기지 않는다. 구경남은 극중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영화감독이지만 비주류이다. 그는 마치 주변에서 실제로 들을법한 감독 홍상수에 대한 평가와 비아냥을 영화 속에서 맞닥들인다 '그런 영화를 왜 찍으세요?'라는. 무기력해보였던 구경남이 한껏 목청을 높혀 항변을 하지만 그다지 확신에 차있지도 않거니와 뾰족한 답을 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모습을 통해서 홍상수는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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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Woman On The Beach, 2006)영화이야기 2006. 10. 23. 20:31
해변의 여인 이후 1여년 만에 홍상수 감독이 선을 뵈는 영화다. 클랭크인 전에 벌써 고현정 캐스팅으로 감독이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 고현정, 홍상수와 손잡고 '스크린 정복' 노린다 ) 사실 고현정 캐스팅에 대해 우려가 반이상였지만 홍상수의 영화 답게 에서 고현정은 튀지 않고 잘 녹아들어있었다. 앞서 말한 인터뷰에서 거의 극찬(?)을 하던 감독의 기대 여파때문인지 고현정의 캐릭터는 기존의 소위 '홍상수의 여우들'과는 조금 다른 적극적인 화자도 되고 또 다른 인물들을 이끌어나가는 독자적인 역할이 주어진 것 같긴 하다. 열혈남아가 나오지 않고,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아 한국 또는 세계 영화의 상투적 흐름속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홍상수의 영화의 특색을 말하자면, 일상에 대한 관조, 살떨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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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여우들방송&연예 2006. 4. 18. 10:43
홍상수 감독은 언제라도 기대를 하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시작된 그의 작품은 2년의 간격을 두고 우리들의 허위와 소외된 삶을 발칙하게 때론 재기발랄하게 그려냈다. 그러던 것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 1년의 간격을 두고 '극장전'과 올해는 '해변의 여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에서도 그의 시니컬한 감수성은 맛볼 수 있었지만, 영화 제작의 기간이 짧아진 만큼 조금은 초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해본다. 최근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마치 교향곡을 동시에 작곡하던 모짜르트의 창조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데자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요즘 생각에 아마 '오 수정' 이후 모든 작품들이 '강원도의 힘'의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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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 (劇場前: Tale Of Cinema, 2005)영화이야기 2006. 4. 13. 16:56
극장전 한동안 영양제도 먹었건만 만성 피로와 기억력 감퇴에 시달리는 요즘.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을 보고나서 몇 달만에 머리 속에서 감상을 끄집어내 보며 몇 자 끄적여 본다. 이젠 레파터리처럼 되버린 홍상수의 '일상'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다. 영화 역시도 현실적 감각을 둔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한다면, 일상에서 있을 법한, 아니 실제로 경험하는 일들에 대한 이런 일상적인 소재를 독특한 영화 표현 기법으로 다뤄내는 것이 홍상수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극장전은 전반부의 영화장면과 후반부의 현실의 두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가만 보면 영화나 현실이나 그리 같지도 틀리지도 않다. 다만 극장의 스크린 막에 투영되는 필름에서 보다 그 스크린을 밖에 있는 우리 현실에선 가끔은 영화보다 감정이 격정적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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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정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2000)영화이야기 2006. 4. 13. 13:01
오! 수정 '내숭이 없는 영화' '내 생활의 몰래카메라' 내가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혹은 은근히 얘기했던 '홍상수'의 감독의 영화에 대한 나의 간략한 소감이다. 그 감독의 세번째 영화 '오!수정'을 보았다. --- 양수정이 오! 수정이 된 이야기 간단히 말하면 그런 영화다. 홍상수의 영화를 이번에 사실 처음 극장에서 보았는데,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사람 영화를 보는 객석에서는 '와하하'하는 파안대소는 나오지 않고 '피식 피식'거리는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그랬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그의 영화는 사실 혼자보면 좋을 영화이다. 내가 찍은 나의 셀프카메라를 남에게 보이는 기분..혹은 타인의 얼굴을 살점없는 시각으로 보는 느낌.. 그런 기분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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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성의 해악과 규정 짓기의 불편함각종감상문 2006. 4. 12. 23:53
예를 들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보다 더 맞는 말들이 많아요. 나는 지금 너의 이런 부분이 좋아,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까 그게 아니라 다른 점이 좋아. 너의 손을 만지고 싶어. 너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마워. 너랑 있으니까 마음이 따뜻해지고 몸이 편안해지네. 외로웠는데 네가 같이 있으니까 참 좋다 등등. 만약 처음부터 사랑이라는 말을 내뱉어버리면 갑자기 내가 책임질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다가오고,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까지 받아들이다 보니 오히려 최상의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그것이 상투성이 갖는 해악이라고 생각해요.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이 내가 가진 성향이라면,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 안주하려는 습성도 추가할 수 있다. 다만 내가 가진 안주란 도전 의식의 결..